베를린 마지막날 - 런던으로 가다!
새벽까지 술을 먹고 늦게 잤기 때문인지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면서도 머리가 묵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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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텔에서 일단 체크아웃을 한 후 중앙역으로 나갔다.
하이델베르크에서 누나에게 머물 곳을 제공해주었던 Sebastian군이
점심무렴 12:00경 베를린 중앙역으로 도착한다고 했으므로.

나의 영국행 비행기는 오후 16:15분 출발이므로
일단 Sebastian과 점심이나 먹고 노닥거리다가
곧바로 공항으로 출발하는 계획으로 방향을 잡았다.
 
세바스티안君은 하이델베르크에 거주하며 일하고 공부하는 친구인데
나노테크놀로지 관련 분야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산학연계 연구기관에서 일도 하고 있다고 들었다.
( 누나 친구지 내 친구는 아니라 자세한 건 모르겠고 )

중앙역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함께 점심을 먹으며 맥주를 마셨다.
세바스티안은 서울에서도 생활했던 경험이 있다고 했고
고작 두어 시간 이야기했을 뿐이지만 똘똘한 친구 같았다.

듣자 하니 유머감각도 있고 센스도 있고 말도 잘 하고 아는 것도 많단다.
누나 말로는 같이 놀기엔 퍽 재미있고 즐거운 친구라던데.
성격에 좀 그늘지고 모난 구석이 있어서 함께 살기엔 벅찬 상대일 듯.

나는 비엔나식 슈닛첼을 시켜먹을까 하다 닭고기 튀김을 주문했지. 변함없는 닭사랑.

초면인 세바스티안과의 동석 식사는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작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소심하게 이야기하는 점잖은 독일친구라
가끔은 말소리를 알아듣기에 곤란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유치한 유머에도 얼굴 빨개져 가며 깔깔 웃어주는 등
여러 모로 기분좋게 노닥거릴 만한 상대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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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앙역에서 Schoenefeld 공항까지 갈 때는
무임승차를 해버릴 생각이었는데.

이 바른생활 소심남 세바스티안이 앞장서서
자판기 버튼을 꾹꾹꾹 눌러서는 표를 사지 않을 수 없게 됐다. -_-;

만 이틀간 누나와 지내던 시간을 마무리하고
런던행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가는 길.

Schoenefeld공항은 베를린의 메인 공항은 아니다.
딱 봐도 작은 규모다. 주로 EasyJet등 소규모 항공사들이 주로 드나드는 곳인 듯.

이지젯, 성수기인데다 사흘 전에 예약한 거라 아주 싸진 않았지만
기차 이동 비용이 매우 비싸다는 것을 놓고 보면 적당한 가격이었던 셈.
체크인 과정도 간소한 편이고. 저가항공편은 첫 경험이라 흥미로웠다.

코앞에 항공기가 서 있는 탑승 대기실 풍경.
지금까지 이만한 규모의 항공기를 타본 적도 없었고
직접 활주로를 걸어서 비행기에 올라본 적도 없었으니
나로선 이 모든 과정이 다 신선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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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객들은 주로 영국인들이었다.
이렇게 사방에서 영어를 떠드는 풍경은 워낙 오랜만이라
낯설고 어색하고 이상했다. 게다가 영국 영어잖수.

체크인 및 탑승절차는 간소하고도 합리적인 편이었다.
먼저 오면 장땡, 일찍 오기 싫으면 돈 조금 더 내면 오케이.
뭐 그런 식의 시스템이랄까. 간단하고 직관적이다.

탑승 시각이 되고, 사람들은 줄줄이 비행기로 향했다.
머리쪽, 꼬리쪽에 각각 탑승구가 하나씩 있었고
알아서 계단으로 올라가 먼저 자리를 찜하면 OK.

지정좌석이 없으므로 일찍 와서 일찍 타야 원하는 자리를 얻는 것.
하지만 뭐. 어차피 유럽내 저가항공편이라는 것이 장거리 이동수단이 아니니까.
길어야 몇 시간이고. 항공기 규모도 고만고만하고. 결국 자리도 거기서 거기고.
좋은 자리 먼저 잡자고 악착같이 일찍 갈 필요까지는 없어 보이더만.

옆자리에 앉은 독일 청년.
무뚝뚝하고 무관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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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시간은 두 시간 정도였는데
뭐랄까, 유쾌하고 가벼운 분위기였달까.

일단 대형항공사 서비스는 정중하고 깍듯한 느낌인데 비해
EasyJet은 승무원들도 젊고 쾌활하고 다분히 격이 없는데다가
심지어 기장의 안내방송 역시 농담과 말실수가 여과없이 섞여 나오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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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Tschuess, Berlin!

영국시간으로 오후 5시 10분경. (독일과 한 시간 시차)
예정대로 런던 Luton공항에 도착했다.

마침 시내로 출발하는 버스가 있기에 곧바로 올라탔다.
파운드 화폐는 전혀 없었기에 공항 환전소에서 100유로 정도만 일단 환전.

EasyBus 티켓판매 창구의 여직원은 분명히
"20분이면 도착합니다"라고 말했는데.
두 시간이 넘어서야 겨우 Victoria역에 도착했다.
나쁜 것. 재수없어. 완전 속았어. -_-+++

(나중에 남희씨한테 듣자 하니. 동유럽 출신 애들이 워낙 많아서
영어가 서툴다보니 내 질문을 잘못 알아들었을 수도 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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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는 남희씨네 집에 붙어살기로 했으므로
빅토리아역에서 남희씨 핸드폰으로 연락을 하려는데

공중전화는 내 돈 50펜스를 꿀꺽 삼켜버리질 않나 -_-
신용카드 전화를 시도했더니 해당 서비스가 안 된다질 않나 -_-;;
수신자부담을 시도했더니 해당 전화번호는 콜렉트콜이 안 된다질 않나 -_-;;;

결국 주머니 뒤져서 20펜스 동전을 넣어 통화 성공은 했다만
꼴랑 30초 전화통화하는데 한 20분이 걸렸다.
기분 나빠. 런던 첫 인상 매우 좋지 않아.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게다가 전철표는 한번 탑승에 4파운드였다.
지하철 한 번 타는데 8천원이라니.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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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지하철은 7년만인가. 6년만인가.
여기 다시 오게 될 거란 생각은 별로 안해봤는데.

남희씨는 Waterloo부근에 살고 있단다.
Lambeth North역으로 가면 마중을 나오겠다고.

어느새 시간은 밤 8시가 넘었다.
비행기 도착한지 세 시간이 되다니. 뭔가 억울해.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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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beth North에 도착하자 남희씨가 딱 보였다!
감격적인 재회의 포옹을 나누고 나서
신나는 발걸음으로 남희씨 집을 향해.

드디어 말상대를 만난 나는
런던이 오늘 내게 했던 모진 일들을 성토했다.
20분 걸린다던 버스가 2시간 걸린 일.
공중전화가 50펜스 꿀꺽 삼킨 일.
신용카드통화가 뜬금없이 거부당한 일.
콜렉트콜 연결이 거부당한 일 등등.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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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에서 학부를 마치고 런던에서 LSE 학위를 받은 후
현재 런던에서 직장생활 중인 남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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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했을 때는 남희씨 친구라는 Gorav씨가 있었다.
카레를 끓여서 딱 밥 먹을 준비를 마쳐놓은 상태.

Gorav는 인도출신으로. 아마도 LSE 친구인가. 그건 잘 모르겠고. -_-;
여튼. 유머 감각도 있고 성격도 밝고 쾌활한 친구였다.

맞은 편에 보이는 손의 주인이 고라프.
고라프가 끓인 카레는 무척 맛있었다.
배도 고프겠다 스트레스도 받았겠다, 당연히 폭식했다. -_-;

고라프와 남희씨와 시시덕거리며 농담따먹기 해가면서
즐거운 저녁식사시간을 가진 후,
고라프는 집으로 돌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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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씨와 나는 런던 밤거리 산책을 나갔다.

테임즈를 따라 두어시간을 걸었댔지.
런던의 밤거리도 썩 아름답더군.

몇 년에 한두번 볼까말까한 옛 친구 남희씨.
함께 돌아다니면서 하하호호 재미나던 시절들이 생각났다.
밤바람을 쐬며 한참을 웃고 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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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 상전벽해. 괄목상대.
뭐 그런 말들도 생각나더군.
국제적 인재가 되어있는 남희씨.

오래 전 누군가와 함께 이 거리를 걷던 생각도 나고.

비록 여전히 놈팽이로 빌빌대고 있는 나이지만
이 정도의 추억을 가졌고
이 정도의 대인관계를 가졌으니
그럭저럭 성공적인 인생이구나 싶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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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간 김에 지하철역에 가서 오이스터카드를 하나 샀다.
오이스터카드는 일종의 충전식 교통카드인데,
매번 따로 표를 끊는 것보다 저렴한 요금 혜택이 주어진다.

첫 카드구매시 3천원의 예치금을 걸어두고
이후에는 자유롭게 요금을 충전해서 사용하는 방식.
지하철 1회 현금탑승료가 £4인데 카드사용시 £1.5,
버스 1회 현금탑승료는 £3인데 카드사용시 £1.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자정 무렵.
나는 남희씨 방바닥에 공기주입식 침대를 깔고 누웠다.

입구에서 들여다 본 남희씨 방 풍경.
옛날 뮌헨 유학시절보다 뭔가 안정된 느낌이다.
TV도 있고. DVD플레이어도 있고. 수납장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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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럽게 많은 이동이 있었던 하루.
베를린에서의 마지막 날이자
런던으로 도착한 첫 날.

이제 잠자리로.
Good Nite, London!
by baadaa | 2007/07/19 23:04 | '07 europe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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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2/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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